어떤 사람과 함께일 땐 너그러운 마음을,또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땐 경쟁심과 질투가 생겨난다면, 우리는 환경에 따라 감정의 변화와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. 그렇다면 우리가 높은 산에서부터 흐르는 계곡을 지나며 목을 축이는 박새를 보는 순간이나 낮은 덤불길을 걷다가 염소부부와 마주쳐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경험도 우리의 기분을 바꿀 수 있는 장면이 될 것입니다. 찍박골 정원은 그런 감정의 결을 따라 구성된 공간입니다. 큰 창은 계절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이고, 자연과 마주하는 방향으로 틀어놓은 구조는 이 곳이
‘바라보는 장소’이기보다 ‘계절과 함께 머무는 자리’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의도입니다. 우리는 이 정원을 통해 질문합니다.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또 다시 이 풍경은 어떻게 달라질지, 그리고 그 변화는 우리의 내면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.